각 작품 속 최애캐들을 살펴보면 자기 취향이 보이는 법. 저번에 이어 쓰는 약 15년 경력 덕질을 기반으로 하는 남캐 취향 분석 글이다. (각 작품들 스포 주의)
4. 인품 좋은 현실 이상형
개노답 남정네들 무리에서 리더를 밭고 있으며, 실력은 몰라도(작중 하루키 본인이 음악 실력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장면이 있기 때문) 인품은 주변 캐릭터 중 가장 뛰어나다.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고 착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인간적이기 그지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당당하게 '나 게이인데 뭐 어쩌라고' 하는 비현실적인 BL물 특유의 세계관에서도 홀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며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러면서 톡톡 튀는 팀원들을 부드럽게 중재하며 항상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 눈에 띄지 않아도 음악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베이스 같은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착하고 부드럽지만 다르게 말하면 좀 무르고 유약한 것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참 좋아했다. 하지만 나와 닮은 그 성격이 나의 것을 능가하기에 내가 닮고 싶어하는 인물상이며, 동시에 이성친구로 사귀고 싶은 두 가지 의미의 '이상형'이다.
문스독 캐릭터가 셋이나 들어가는 이유는 문스독이 엄청난 캐빨물이기 때문... 쿠니키다가 삼애였다.
탐정사에서 가장 때 묻지 않은 성품을 지녔으며 매우 도덕적이고 성실하고 고지식하기까지 한 게 현재 내 모습, 나아가 내가 추구하는 모습과 아주 닮았다. 심지어 전직 교사였다는 점에서 호감도 급상승. 내가 교사라는 직업에 갖고 있는 환상과 위에서 말한 쿠니키다의 인품이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작전 과정에서 어린 아이가 희생되어 멘탈이 나갔던 그 장면에서는 호감을 넘어 애정으로 승격했다. 이렇게 도덕적이고 깨끗한 사람은 작품 속에서 저런 시련 한번 쯤은 겪어줘야 서사의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나를 닮은,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성격을 지녔으며 심지어 나의 오랜 장래희망이었던 교사를 직업으로 삼은 전적이 있다는 점이 나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다.
2기의 사슴 다리 먹방 이후로는 의문스럽지만 1기 한정으로 얘기하자면 이렇다.
육식동물들의 도 넘은 행위들을 부정하고 그들이 분명히 잘못하고 있다 여기는 점을 보아 도덕 관념이 올바르고 성품이 훌륭하다. 거기에 더해 잘못된 현실과 맞서 싸우는 점을 보아 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까지 갖췄다. 용기가 없고 행동력이 없는 내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일을 힘 있는 늑대 레고시가 실천을 해줘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낀걸까.
그리고 하루에 관해서도 스스로 절제하려는 점이 또 내 맘에 쏙 들었다. 절제할 줄 아는 수컷 늑대라니. 이것이 육식동물? 이것이 수컷? 레고시 같은 수컷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퍼리를 마음에 품을 줄이야..
5. 그저 '신'
설명이 필요 없는 나의 신. 셋쇼마루는 초등학생 때부터 내 최애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가끔 심심해서 애니 속 남캐 이상형 월드컵 같은 걸 하다가도 매번 후보에 셋쇼마루가 나온 순간 '아, 어차피 우승은 셋쇼마루로 정해져있다' 하는 생각에 더 이상 남캐 월드컵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의문의 여지 없는 내 최애 중 최애. 어쩜 이렇게 캐릭터를 잘 만들었는지. 외모, 말투, 혈통, 전투능력, 게다가 작품 전체에 걸쳐 성장하는 내면까지... 다른 만화를 아무리 찾아봐도 셋쇼마루만큼 고귀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 이게 추억보정빨인지 뭔지 몰라도 앞으로도 셋쇼마루는 영원히 내 최애캐로 남지 않을까 싶다.
셋쇼마루가 그냥 신이라면 바사라는 음악의 신이랄까? 음악은 뜨거운 하트와 하트가 부딪힌다는 명언을 남기신 음악의 신이시여. 저도 당신처럼 하트가 담긴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바사라는 이상형이라던지 동경이라던지 그런 걸 넘어서서 정말 신성한 느낌이었다. 진심을 담은 음악은 청자에게 그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 숱하게 듣는 말이며 실제로 음악에서 그 진심을 느껴본 경험도 있지만, 정말로 노래로 잠든 시빌을 깨우고 적을 감동시키는 것을 보니 그 '진심이 담긴 음악이라는 것'에 더더욱 신성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신성함을 행하는 바사라야말로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