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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새벽 구청 앞 길

by 행복한덕후 2026. 5. 18.

늘 지나다니던 퇴근길은 시끌벅적한 술집 거리이다. 행인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담배 피는 사람, 은근히 끊이지 않고 앞뒤로 들어오는 자동차, 아슬아슬하게 비켜다니는 오토바이들을 피해 늘 미니게임 하듯이 걷는 곳이라 다른 생각이 들 여유가 없다.

오늘은 다른 버스를 타고 다른 정류장에서 내렸다. 좀처럼 타지 않는 버스라서 반 년동안 잊고 있었지만 이 위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약 12시간 전 내가 택시를 잡은 그 위치였다. 밤 늦은 시간이라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량도 적고 슬슬 가게 불빛도 하나 둘 꺼지고 있어서 그날 새벽이 떠올랐다. 창문 너머로 그 위치가 눈에 스쳐 지나가자 또 제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 걸었다.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썩 좋지가 않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아빠에 대한 기억은 온통 아빠의 입원 후 기억 투성이다. 내가 아빠와 쌓은 추억이 이리도 적은 불효자인가? 아니면 아직 내 마음이 아빠가 입원해 있던 그 시점에 잠식되어서 좋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것 뿐인가? 지난 7개월 동안 내가 떠올린 아빠의 모습은 늘 병상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던 모습이다. 눈빛은 거의 꺼져가는 채로 말이다.

 

좋은 기억 위주로 떠올리고 싶다. 좋은 기억을 애써 떠올려본다. 동문회 총무 일 한다고 나에게 늘 프린트를 부탁했던 기억. 드물게 네 식구가 다함께 저녁을 먹는 날이면 고기를 구워주던 기억. 원두막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애교스럽게 달라붙는 고양이를 만지던 기억. 밭일할 때 늘 쓰던 모자를 쓰고 약통을 메고 제초제를 뿌리던 기억.

그땐 분명 누구보다 눈빛이 빛나던 사람이었다. 다행히 아직 또렷하게 기억한다.

 

어두운 밤 혹은 새벽, 불 꺼진 구청 앞 그 대로변은 이제 나에게 너무 슬픈 위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