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람들은 누가 조금만 잘못하거나 트집 잡힐 일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연예인들을 보면 특히 잘 느껴진다. 범법을 저지른 게 아니어도 자그마한 흠이라도 발견되면 그냥 먹잇감이 된다.
그러는 당신들은 일평생 살아오면서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는가. 나는 부끄럽게 살아도 티비에 나오는 당신들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걸까.
사실 나는 이런 사회 분위기가 잘못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낮은 데서 비롯된다고 본다. 음주운전을 해도 형량이 낮고, 학폭을 저질러도 기껏해야 정학이나 강전 당하는 벌이 피해자가 받은 상처에 비해서 너무 작은 것이겠지.
그럼 처벌의 강도가 높아진다면 정해진 죗값을 모두 치르고 나온 사람들을 대중이 과연 용서할까?
글쎄. 사실 그냥 샌드백이 필요해서 때릴 대상 찾아서 때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근데 처벌을 받고 자기 잘못을 진심을 다해 충분히 뉘우친다면 이 사람을 다시 사회로 들여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영원히 손가락질하고 계속 자숙하라고만 하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할까. 나올 때마다 때려서 사회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게 하면 달라지고 싶어해도 달라질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아닐까.
자기가 열심히 해서 정당하게 상을 받고 축하를 받는 일이 왜 다른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 박탈감 때문에 사라져야 하는 걸까.
요즘 학교에서는 졸업식 때 상장을 단상 위에서 공개적으로 주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1등 했다고 하면 축하해주는 게 보통 아닌가. 부럽고 질투 날 수는 있지만 그건 마음 속으로나 생각하고 축하는 축하대로 해주는 게 건강한 마음 아닐까.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처럼 생각하거나 별 생각 없겠지. 아마 몇몇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에게 그런 감정을 말했겠고, 몇몇 부모들이 그걸 학교에다가 항의했겠지.
문제는 이런 식으로 소수의 진상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걸 자꾸 받아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회에서 등수가 사라지고 열심히 해서 상을 받아도 친구들에게 축하도 못 받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소수의 진상 학부모들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자기 애만 귀한 줄 아는 항의를 자꾸 해대는 것일까. 학생 때 운동회에서 달리기 1등 못하면 그렇게 분했던 걸까. 전교 1등이 그렇게 눈꼴 시려웠을까. 이럴수록 그 귀한 자식은 오히려 경쟁으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기 싫어서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건 아닐까.
요즘 가끔씩 대화 중에 하고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상대방을 생각해서 그 말을 꺼내지 않았을 때 나 스스로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이 말은 꺼내지 말았어야 한다며 곧바로 후회하는 내 모습에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말을 꺼내놓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겠지.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할 말과 안 할 말을 잘 구분하는 것. 나아가 감정을 날것 그대로 표출하지 않을 것. 대신 이 감정을 잘 다듬어서 말로 상대방에게 담백하게 전할 것.
아직 잘 안 된다. 특히나 어려운 건 세 번째이다.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무뎌진 다음에는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얼마 안 되어 아직 촉촉한 감정은 말하기가 힘들다. 그게 슬픈 감정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화났을 때나 감동받았을 때나 기쁠 때나 모두 눈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눈물을 참기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이쯤 되면 내 의지로 조절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혼자 우는 건 상관이 없는데 남 앞에서 울기 시작하면 남을 당황시킨다는 점에서 싫은 것이다. 남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를 울렸다고 생각해서 무안해하고, 왜 우냐며 멋쩍게 말을 걸기도 하고, 갑자기 안아주고 위로를 해주려 하고, 하여튼 다양한 반응이 있는데 난 그게 전부 다 싫다. 무엇보다 일단 쪽팔려.
위에 눈물 이야기 나온 김에 쓰는 말이다. 상을 치른 후 나를 대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졌다. 평소처럼 대하는 사람과 어떻게든 위로의 말을 한 마디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
내가 해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은 위로를 건내는 사람이 난 정말 싫었다.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다. 나름대로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고, 겪어보지 않아서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거겠지. 근데 여러 번 듣다보니까 지금 내 감정이 우선이지 남의 생각까지 이해를 해줘야하나 싶었다.
특히나 듣기 싫었던 말은 "괜찮냐"는 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잔뜩 날을 세우고 받아치고 싶었다. 당신 같으면 가족이 먼저 떠나고 몇 주, 몇 달 만에 괜찮아질 수가 있겠냐고. 그럼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괜찮아지겠냐고.
이건 내가 꼬아서 들은 걸 수도 있겠지만, '상처 입었을 저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위로를 건내주는 마음 따뜻한 나'를 위해 하는 말들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말들 아니었을까.
왠지 이렇게 원치 않는 위로를 나에게 마구 폭격으로 퍼부을 것 같은 사람은 내가 일부러 연락을 안 했다. 또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많이 짜증날 것 같아서. 너도 한 번 겪어보면 이렇게 말 못할 거라는 심한 소리까지 하고싶어질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전에 정제를 하고 싶었다. 거르고 다듬어서 잘 쓴 글만 올리고 싶었는데 오늘은 약간의 배설 같은 글을 썼다.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타인에게 마음을 잘 공유하지 않는다. 취미생활로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는 취미 이외에 나와 공유한 경험이 없어서 날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학창시절부터 만난 오랜 친구는 이제는 직장도 다르고 가치관도 달라서 날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가장 내 마음과 같을 가족과 공유하자니 다시 눈물바다 만들기는 싫어서 하지 못한다.
결국 말해봤자 모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애초에 정말 깊은 이야기는 꺼내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오늘 쓴 글이 그 깊은 이야기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위의 이야기는 모두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니까.
정말 가슴에 구멍이 휑하게 뚫렸다고 하면 딱 알맞은 표현인데, 이 구멍이 얼마나 큰지, 깔끔한지 너덜너덜한지, 바람은 얼마나 숭숭 부는지, 아무도 몰라줄 것 같아서 별로 알려주고 싶지도 않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애써 해주려는 위로는 더더욱 받기도 싫다. 일단은 2-3일에 한 번 꼴로 훌쩍이는 정도로 회복이 되고 있다면 그냥 그렇게 하고싶다.